룻 3:7-18/명작과 막장 사이
230903 주일설교
1. 명작과 막장 사이
1970년 개봉한 영화 러브스토리는 반세기가 넘도록 지금까지 사랑받는 멜로영화의 고전명작으로 꼽힙니다. 부유한 명문가상속인이자 하버드생인 올리버는 가난한 이민자의 딸 제니와 사랑에 빠집니다. 막대한 상속과 특권을 포기한 올리버는 제니와 가난하지만 행복한 결혼생활을 시작합니다. 온갖 역경을 딛고 사랑을 일구어가지만 제니는 백혈병으로 생을 마감하고 홀로 남은 올리버는 제니와의 짧은 추억을 그리워하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삶과 사랑, 희생과 헌신의 아름다움을 음미케 하며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런 영화를 명작이라고 부릅니다. 반면 공장에서 마구 찍어낸 듯, 자극적인 MSG를 쏟아부은 듯한 막장 드라마도 있습니다. 불륜, 패륜, 출생의 비밀, 모략, 다툼 등 온갖 자극적인 요소를 짬뽕처럼 버무려 시청률만을 목적으로 만드는 드라마입니다. 보면서도 욕하고 보고나면 다 잊어버리는 류의 드라마입니다. 모든 감독이 다 명작을 만들고 싶겠지만 실은 막장 드라마, B급 영화, 흉내만 내는 아류작이 훨씬 많습니다. 영화에 명작과 막장이 있듯이 인생도 그렇습니다. 명품인생도 있고 막장인생도 있습니다. 보아스와 룻의 사랑은 어느 쪽일까요?
룻기 3장 후반부를 읽었습니다. 보아스가 왜 집에서 안 자고 타작마당에서 잠들었을까요? 당시 풍습에 주인은 종종 추수를 마친 후 타작마당에서 늦게까지 일꾼들과 먹고 마시며 즐거운 잔치를 벌인 후 도둑을 막기 위해 곡식단 곁에서 잠들곤 했습니다. 7절을 보면 그는 일꾼들과 좀 떨어져서 곡식단 끝에 누웠습니다. 그래서 룻이 그의 발치에 누울 때나 떠날 때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보아스는 룻의 청혼을 득고 아무도 모르게 그녀를 돌려보내고 4장을 보면 기업무르는 고엘이 되기 위한 절차를 밟습니다. 결국 이야기는 룻과 나오미가 곤경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물론 엘리멜렉의 집안이 다시 일어서고 다윗왕조가 열리는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아름답고 품위있고 감동있는 명품드라마, 룻과 보아스의 러브스토리가 탄생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충분히 막장드라마로 끝날수도 있었습니다. 한밤중에 과부가 몰래 나이들고 부유한 유부남의 이불 안에 들어왔다! 아슬아슬한 막장드라마의 한 장면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그런데도 이 이야기가 막장이 아닌 명품 러브스토리가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2. 하나님을 발견하는 믿음
.먼저 막장이 될뻔한 드라마를 탁월한 극본과 연출로 명품으로 만든 PD 하나님의 역할이 첫째입니다. 다음으로 그 분의 지도를 받는 배우들의 열연이 둘째입니다. 첫째 주연배우인 시어머니역의 나오미는 믿음과 지혜와 인내로 열연하였습니다. 처음 룻이 보아스에게 은혜를 입고 돌아온 날 나오미는 그 만남을 우연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2장 20절입니다.
(룻 2:20) 나오미가 자기 며느리에게 이르되 “그가 여호와로부터 복 받기를 원하노라. 그가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에게 은혜 베풀기를 그치지 아니하도다.” 하고 …
한글성경을 보면 은혜 베푸는 이가 마치 보아스인 듯 보입니다. 그러나 영어성경을 보면 다릅니다.
(Ruth 2:20) “The LORD bless Boaz!” Naomi replied. “He has shown that he is still loyal to the living and to the dead…”
문맥으로 보아도 He는 The Lord 주를 가리킨다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산 자와 죽은 자에게 은혜 베푼다는 내용도 보아스보다 하나님에게 훨씬 더 타당합니다. 그래서 주석가들은 여기서 ‘그’는 보아스가 아니라 하나님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렇게 다시 보면 나오미의 말은 여호와께서는 살아있는 우리에게와 죽은 남편과 아들에게도 기업무르기를 통해 은혜를 베푸실 지도 모르겠다.’ 나오미는 보아스의 호의를 통해 하나님을 발견했습니다.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넘어서 ‘하나님이 이 일 뒤에 일하신다’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이 믿음이 나오미와 룻을 움직여 명품드라마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믿음의 렌즈로 우리의 삶을 들여다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캄캄한 밤 맨눈으로는 아무 것도 못 보지만 적외선렌즈로 는 어둠 속의 온갖 생명체를 볼 수 있습니다. 믿음의 렌즈는 우리의 눈을 열어 우연처럼 보이는 일 뒤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보게 만들고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이 믿음의 렌즈로 항상 보이지않는 하나님을 발견하시길 축복합니다.
3. 때를 기다리는 지혜
그녀는 그 길로 룻을 데리고 보아스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큰소리로 사람들 앞에서 떠듭니다. “보아스 숙부, 내 들으니 우리 며느리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은데 어차피 기업무를 고엘이기도 하니 날 잡읍시다. 당신은 부자이니 아내 하나 더 두는 것도 부담될 일도 아니고, 며느리는 젊고, 어때요?” 만약 그랬더라면 이야기는 막장 드라마로 흘러갔을 것입니다. 보아스는 난데없이 사람들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지도 모르고 호의가 괜한 오지랍으로 바뀌는 경험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보아스와 나오미 집안의 인연은 그 길로 끝나고 우리는 룻의 이야기를 듣도보도 못 했을지도 모릅니다.
나오미는 지혜로운 계획을 세웁니다. 그 지혜는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룻이 희생을 감수하며 받아들일 가치가 있는 여인인 것을 확신할 수 있도록, 보아스가 믿고 의지할 만한 사람인 것을 확신할 수 있도록 보아스와 룻에게 시간을 줍니다. 그것이 추수가 끝날 때까지 네 달의 시간입니다. 그리고 보아스가 분주한 추수를 다 끝내고 홀가분하게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때, 가장 기분이 좋아서 유쾌하게 짐지기를 선택할 수 있는 때를 고릅니다. 그 때가 추수를 마치고 잔치를 하는 날 밤이었습니다. 그리고 혹 보아스가 룻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더라도 그의 거절을 아무도 모르는 때와 장소, 룻이 거절당하더라도 수치심을 느끼지 않고 이 동네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아무도 모르는 시간과 장소를 찾았습니다. 그것이 한밤중의 타작마당이었습니다. 나오미의 이 인내와 지혜 덕분에 보아스와 룻은 아무도 모르게 과감한 도전을 하고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마침내 두 사람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가 펼쳐진 것입니다.
4. 하나님을 신뢰하는 인내
하루하루가 고단하고 힘든데 나오미는 어떻게 조급하고 답답하지도 않아서 4달이나 기다렸습니까? 그녀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신뢰했기 때문입니다. 믿음은 인내로 증명됩니다. 모세는 믿음으로 하나님의 구원을 기다리라고 명하십니다.
(출 14:13) 모세가 백성에게 이르되 “너희는 두려워하지 말고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오늘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
뒤에서 애굽의 군대가 칼을 들고 말을 달려 오는데 어떻게 기다립니까? 하나님을 신뢰할 때만 가능합니다. 믿는 이는 군대를 수장시키는 구원의 하나님을 만납니다. 물론 조급하고 답답합니다. 힘든 것은 예수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눅 12:50) 나는 받을 세례(십자가)가 있으니 그것이 이루어지기까지 나의 답답함이 어떠하겠느냐?
그럼에도 주님은 아버지를 향한 신뢰로 인내하며 십자가의 길을 가시고 구원을 이루시는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우리가 가장 못 견디는 것이 이 조급함 아닙니까? 조급하고 못 기다려서 우리는 서툰 말을 쏟아놓고 무모하게 내지르고 어리석게 덤비다가 하나님의 구원이 아니라 스스로 망하는 길에 들어서지 않습니까? 시인과 예레미야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고백합니다.
(애 3:26) 사람이 여호와의 구원을 바라고 잠잠히 기다림이 좋도다.
(시 62:1) 나의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람이여, 나의 구원이 그에게서 나오는도다.
하나님을 신뢰하고 인내하는 믿음을 얻으시기를 축복합니다.
5. 사려깊은 절제
나오미와 더불어 열연한 또 한 명의 주연배우 보아스의 사려깊음과 절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 난데없이 청혼을 받습니다. 풍성한 추수가 끝났고 수확물이 그득이 쌓였습니다. 그렇지않아도 기분이 좋은데 평소에 참 예쁘게 보았던 젊은 룻이 자신과 결혼해 달라고 합니다. 자신은 그녀의 기업무를 고엘이니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습니다. 캄캄한 밤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속된말로 ‘이게 웬 떡이냐’하고 잠자리부터 가진다고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그리고 ‘내가 너 책임지마’하면 되지 않습니까? 만약 그랬더라면 자칫 그들은 막장드라마의 한장면을 찍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순간 정욕에 휩싸여 자신보다 더 가까운 친족 고엘이 있음을 잊지 않았습니다. 만약 잠자리부터 가지고 결혼하려는데 그 친족이 나서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면 모두가 창피를 당하는 것은 물론 나오미와 룻의 기업무르기는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설사 그 친족이 나서지 않더라도 혹 먼저 잠자리부터 가지는 것은 당시로서는 큰 허물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알기라도 하면 룻이 돈많은 보아스를 유혹했다는 소리, 늙은 보아스가 룻을 탐냈다는 소리 온갖 비난을 다 듣고 결혼도 물건너 가고 룻은 온갖 손가락질을 받으며 동네를 떠나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최악의 시나리오요, 막장드라마가 되고 맙니다.
그래서 그는 따뜻하지만 동시에 정확한 진실을 말합니다. 더 가까운 친족이 기업무르기를 거절하면 자신이 반드시 그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그는 열정에 휩쌓여 공수표를 남발하지 않습니다. 또 그녀와 접촉하지 않고 사람들이 알아보기 힘든 새벽에 돌려보냅니다. 그녀와 나오미가 거절로 오해하고 불안해하지 않도록 넉넉한 보리를 담아서 돌려보내는 호의도 잊지 않습니다. 그의 사려깊은 행동을 들은 나오미는 18절에서 다시한번 성숙한 인내를 보여줍니다.
(룻 3:18) 이에 시어머니가 이르되 “내 딸아, 이 사건이 어떻게 될지 알기까지 앉아 있으라. 그 사람이 오늘 이 일을 성취하기 전에는 쉬지 아니하리라.” 하니라.
두려워말고 가만히 서서 여호와의 구원을 보라는 모세의 선언을 나오미는 순종하였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이런 순종이 있기를 축복합니다.
보아스의 사려깊음과 절제가 베이스와 테너를 넣고 나오미의 믿음과 인내가 소프라노와 엘토를 넣는데 룻의 용기가 솔로멜로디를 부릅니다. 위대한 지휘자 선하신 하나님의 오묘한 지휘로 명품오페라가 은하수 수놓은 밤하늘 아래 풍성한 타작마당에 울려퍼집니다. 오늘 여러분의 인생에는 어떤 노래가 울려퍼집니까? 천국의 명작오페라가 울려퍼지는 명품인생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