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02 비로소 안식하리라 / 레 26:34~35

20200802 비로소 안식하리라 / 레 26:34~35

레 26:34-35/비로소 안식하리라

200802 코로나의 의미
코로나의 역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고통은 이제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만 역설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조치가 이어지면서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 했던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지구환경의 회복입니다. 이 사진을 좀 보십시오. 코로나 봉쇄조치 이전과 이후의 극명하게 대비되는 대기질을 보여주는 이 사진은 제 3세계의 어느 도시가 아닌 LA입니다. LA는 미국에서 가장 대기질이 나쁜 곳인데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어서 뉴델리의 변화된 대기질, 봉쇄조치 일주일만에 변화된 베니스의 수질을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차례로 중국, 유럽 그리고 미국 동부의 대기질을 보여주는 항공사진입니다. 대기질, 수질만 좋아진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도시 주변에서 사라졌던 희귀 야생동물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보고가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봉쇄령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해변에 멸종위기종인 올리브바다거북떼 80여 만 마리가 산란을 위해 둥지를 만드는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 이 뿐 아닙니다. 심지어 코로나19 봉쇄조치로 지진활동마저 줄었다는 보고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벨기에 왕립천문대 과학자들은 코로나봉쇄조치가 실행되면서 지진의 진동주기가 크게 낮아졌다고 보고했습니다. 네팔의 지진학자, 파리의 지구물리학연구소, 캘리포니아공대에서도 같은 보고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어떤 이들은 인간이야말로 지구의 바이러스였다고 탄식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재앙이 지구의 축복이 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정말 인간은 지구의 바이러스였던 것일까요? 성경에서 우리는 이와 유사한 상황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포로기 70년의 의미
남왕국 유다는 기원전 587년 당시 떠오르던 근동의 신흥제국 바벨론 제국에 의해 멸망합니다. 반란을 막기 위해 바벨론 군대는 유다의 지도층 대부분을 포로로 잡아 갑니다. 이 때부터 70년간의 유다민족의 혹독한 바벨론포로기가 시작됩니다. 선지자들은 하나님의 약속을 받은 민족에게 왜 이런 운명이 찾아오는지를 묵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율법을 다시 읽던 중 그 답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주신 율법을 이스라엘이 무시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이 출애굽 한 후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기 전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습니다. 율법 레위기 26장은 그들이 순종했을 때 받을 축복과 불순종했을 때 받을 저주를 설명합니다. 이 중 불순종으로 인한 저주에 관해 설명하는 대목에서 오늘 본문말씀이 등장합니다. 
(레 26:34) 너희가 (포로가 되어) 원수의 땅(바벨론)에 살 동안에 너희 본토(가나안)가 황무할 것이므로 땅이 안식을 누릴 것이라. 그 때에 땅이 쉬어 안식을 누리리니 (레 26:35) 너희가 그 땅(가나안)에 거주하는 동안 너희가 안식할 때에 땅은 쉬지 못하였으나 그 땅이 그 황무할 동안에는 쉬게 되리라.
이스라엘이 포로로 잡혀간 동안 땅이 마땅히 누려야 했지만 그러지 못 했던 안식을 누릴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 땅이 왜 안식을 누리지 못 했는지 그 이유도 이어서 설명하십니다. 
(레 26:43) 그들이 내 법도를 싫어하며 내 규례를 멸시하였으므로 그 땅을 떠나서 사람이 없을 때에 그 땅은 황폐하여 안식을 누릴 것이요, 그들은 자기 죄악의 형벌을 기쁘게 받으리라.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법을 무시했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무슨 법을 무시했던 것입니까? 바로 앞 장을 보면 그 답이 나옵니다. 
(레 25:4) 제 칠년에는 그 땅이 쉬어 안식하게 할찌니 여호와께 대한 안식이라. 너는 그 밭에 파종하거나 포도원을 가꾸지 말며
 
무시된 안식년
바로 안식년법입니다. 안식년 법은 매 7년마다 농사를 비롯한 일체의 생산활동을 쉬는 것입니다. 매 7일마다 안식일을 지키듯이 매 7년마다 이스라엘은 안식년을 지켜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하나님은 6일에는 이틀치 양식을, 6년째에는 2년치 양식을 주겠노라고 약속하셨습니다. 고대근동 어느 사회에도 없었던 안식일과 안식년법을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제정하시고 지키도록 하셨습니다. 당시에는 몰랐겠지만 오늘날엔 이 율법이 대단히 합리적 이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사람의 몸은 적어도 7일마다 하루씩 충분히 쉬어주지 않으면 회복력이 떨어져서 생산성도 떨어지지만 건강도 빨리 나빠지고 수명이 짧아집니다. 땅도 마찬가지여서 7년마다 한 해씩 쉬어주지 않으면 금방 산성화되어서 농작물생산량이 크게 떨어지고 마침내 못 쓰는 땅이 됩니다.
레위기는 이스라엘이 이 법을 지키지 않을 경우 그들이 가나안 땅에서 강제로 쫓겨나는 상황이 벌어져 억지로라도 땅이 안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발적으로 안식하지 않으면 피눈물을 흘리며 안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경고입니다. 선지자들은 바로 이 말씀을 읽고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스런 현실의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선지자 예레미야는 이렇게 안식하는 기간이 70년이 될 것이라고 예언하였습니다. 
(렘 29:10) 나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라. 바벨론에서 칠십년이 차면 내가 너희를 권고하고 나의 선한 말을 너희에게 실행하여 너희를 이곳으로 돌아오게 하리라.
역대하는 이 70년의 포로생활이 무엇 때문인지를 다시 한번 이렇게 밝힙니다. 
(대하 36:21) 이에 토지가 황무하여 안식년을 누림 같이 안식하여 칠십년을 지내었으니 여호와께서 예레미야의 입으로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더라.
이 말씀은 이스라엘이 지키지 않은 안식년이 총 70년이란 뜻입니다 7년 곱하기 70년을 하면 490년이고 포로기가 시작된 기원전 587년에서 490년을 거슬러올라가면 기원전 1,077년이 됩니다. 이 때는 사사시대 후반기입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가나안 입성 후 150여년 동안 안식년법을 지키다가 이 때부터 시작해서 왕정기간 내내 그리고 유다왕국이 멸망할 때까지 490년 동안 안식년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그들은 7년에 1년씩 총 70년을 포로로 끌려가 강제로 안식년을 지키고 땅도 안식하게 되었다는 말씀입니다. 
 
사명의 회복
이스라엘의 뼈아픈 역사가 오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입니다. 오늘날 산업화되고 다원화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율법이 다스리던 농경사회 이스라엘처럼 안식년을 문자 그대로 지키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안식년법의 정신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기억되어야 하는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안식년법의 정신은 무엇입니까? 
그 첫째는 인간이 피조세계를 돌보는 사명을 가졌다는 뜻입니다. 
(창 2:15) 주 하나님이 사람을 데려다가 에덴 동산에 두시고, 그 곳을 맡아서 돌보게 하셨다.(표준새번역)
하나님이 인간에게 처음 주신 사명이 바로 에덴 동산 피조세계를 돌보는 것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돌보듯 농부가 농작물을 돌보듯 원예가가 화초를 돌보듯 인간은 자연을 돌보아야 합니다. 그것이 인류의 사명입니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 같은 농경사회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법이 안식년법이었습니다. 오늘 우리 인류는 이 사명을 망각하고 피조세계를 돌보기는커녕 착취하고 훼손하여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파괴하였습니다. 
한약재 재료와 단검자루, 장식품 등으로 비싸게 팔리는 코뿔소의 뿔이 잘린 채 버려져 죽어가는 아프리카서부검은코뿔소입니다. 이 코뿔소 종은 2006년 마지막 개체가 사망하면서 멸종하였습니다. 다른 지방의 코뿔소들도 비슷한 운명을 맞고 있습니다. 매년 1억 마리의 상어가 삭스핀이란 비싼 음식재료로 쓰이는 지느러미가 잘린 채 버려져서 이 망치머리상어처럼 죽어갑니다. 세계자연보존연맹(ICUN)은 지난 10년 동안에만 467종의 생물종이 멸종되었다고 보고합니다. 이는 10년 당 1개 종이 멸종되었던 과거와 비해 467배나 빠른 속도입니다. 생물멸종의 첫째는 서식환경파괴이고 사냥과 밀렵, 남획이 둘째, 기후변화와 공해가 그 뒤를 잇습니다. 모두 그들을 돌보아야 하는 인간의 손길에 의해 멸종한 것입니다. 부모의 손에 학대받고 죽임을 당하는 아이처럼 말입니다. 왜 인간은 자연세계를 돌보는 사명을 잊어버린 것일까요? 그것이 바로 안식년법의 두 번째 정신입니다.
 
쉼의 회복
안식년법은 인간과 자연이 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웁니다. 한국인은 최근까지만 해도 과로를 미덕으로 여기고 쉼은 죄악시하던 문화의 압박을 받으며 살아와서 쉼이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감정을 느낍니다. 쉼을 게으름과 동일시하고 휴가가는 것을 숨기고 자신과 가족, 동료를 혹사하는 것을 헌신이라고 미화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쉼은 인간과 자연의 존재방식입니다. 쉼 없는 삶이 오히려 잘못된 것입니다. 하나님은 6일 동안 창조하시고 쉬셨습니다. 당신의 백성들에게도 7일째는 안식일로 쉬라고 하셨고 7년째는 안식년으로 농사를 아예 짓지도 말라고 하셨고 일곱 째 안식년 후에는 희년으로  선포하여 모든 무너진 창조질서를 회복시키는 은혜의 혜, 구원의 혜로 삼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안식은 쉬거나 일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증거이며 하나님의 공급을 신뢰하는 믿음의 증거이며 하나님과 더불어 삶을 감사하는 겸손의 증거입니다. 동시에 안식은 브레이크 없는 욕망추구를 멈추고 하나님과 이웃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회복하라는 명령입니다. 안식하는 삶은 남들이 갖지 못 한 비싼 코뿔소 장식품을 가진 것이 자랑이 아니라 사명을 잊은 부끄러움이며 남들은 먹지 못 하는 샥스핀 요리를 먹는 것이 행복이 아니라 욕망을 제어하지 못 하는 수치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안식하는 삶은 꼭대기에 오른 삶이 아니라 어깨동무하고 사는 삶이 진정한 행복임을 깨닫습니다. 
이렇게 인간이 쉬어야 이웃도 쉬고 자연도 쉬고 지구가 안식을 얻습니다. 믿음 안에서 쉬는 사람은 그 누구도 위협하지 않습니다. 소망 안에서 쉬는 사람은 그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습니다. 사랑 안에서 쉬는 사람은 그 누구도 원수로 여기지 않습니다. 
 
돌아보는 믿음
코로나19 판데믹은 분명 인간에게 말못할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이스라엘이 바벨론의 포로가 되어 자신들의 역사를 돌아본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강제로 집집마다 갇혀서 지내며 자신을 돌아보고 가족을 돌아보고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파괴해온 세상이 판데믹으로 오히려 회복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쉼없이 자신과 이웃과 세상을 욕망하고 착취하고 파괴해왔는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포로기에서 돌아온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는 회개운동과 부흥운동을 일으켰습니다. 우리도 이 고난을 스스로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 세상을 돌보는 사명을 회복하고 하나님을 신뢰하는 쉼을 회복하는 성도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