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4 멈추지 않는 샘물 / 요 4:1-14

20210124 멈추지 않는 샘물 / 요 4:1-14

요 4:1-14/멈추지 않는 샘물

210124 주일설교 요한11
지친 발걸음
오늘 본문의 배경인 수가성은 팔레스틴의 남부 유대땅에서 북부 갈릴리로 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사마리아 지역에 작은 마을입니다. 수가성에서 반마일 떨어진 곳에 야곱의 우물이라 불리는 곳이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수가성에서 이 야곱의 우물로 물길러 오는 한 여인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검게 그을린 피부의 중년의 여인은 몹시 지친 모습으로 터벅터벅 우물을 향해 걸었습니다. 물을 채우지 않아도 무겁기만 한 물동이는 무겁게 머리를 짓눌렀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그녀는 나즈막이 독백하였습니다. ‘내가 원한 것은 이게 아닌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옛 북왕국의 수도 사마리아에 태어난 디나는 꿈이 많고 의지가 굳은 소녀였습니다. 아버지는 야곱의 딸 디나의 이름을 그녀에게 붙여주었습니다. 어른들은 또래 중 그녀가 제일 똑똑하고 예쁘다고 칭찬했습니다. 행복한 미래를 개척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당시 관습을 따라 아버지가 맺어준 남자와 첫 번째 결혼을 할 때만 해도 자신의 앞길에는 행복만 가득할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남편의 지참금이 적다고 불평할 때도 그녀는 그리 개의치 않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지도, 아끼지도 않으며 자신을 속이고 있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그리 낙심하지 않았습니다. 어리석고 이기적인 남자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망칠 이유는 없다고 확신했습니다. 다행히 남편은 이혼증서를 써주었기에 재혼에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아버지가 아닌 자신의 판단에 따라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남자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결혼도 불행하게 끝나리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세 번째, 네 번째 남자를 만날 때는 더이상 결혼식을 할 형편도 아니었습니다. 수가성에 사는 이 남자는 자신이 만난 여섯 번째 남자였습니다. 그의 다정한 눈빛과 목소리는 실망스러운 남자들에게 지친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를 따라 수가성으로 이주했지만 더 이상 행복할 거란 기대 따위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와의 동거는 이전의 남자들과 별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녀가 몇 번째 결혼은 했는지를 놓고 내기를 하고 있는 이 동네사람들과 어울리기는 진작 포기했습니다. 남이야기 하기 좋아하는 아낙네들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그네들이 나다니지 않는 무더운 정오에 마을 한가운데 있는 우물을 두고 반 마일이나 떨어진 야곱의 우물까지 물을 길으러 나왔습니다. 남자에게서 행복을 얻으려는 것도, 매일 여기까지 물길러 오는 것도 이젠 다 지쳤습니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후회와 냉소 뿐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왜 내가 만나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그 모양일까?’
그녀의 탄식이 낯설지 않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우리도 그녀처럼 불평하곤 하지 않습니까? 행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다니지 않는지요? 하지만 결국 먼 우물을 향해 여름날 먼지를 뒤집어 쓰며 걷고 있는 그녀처럼 우리도 지쳐서 비틀거리지는 않는지요?
생수를 주리라
우물 곁에는 유대인 옷차림의 30대 남자가 지친 모습으로 등을 우물에 기댄 채 앉아있었습니다. ‘이 동네에 웬 유대인이람. 길을 잘못 든건가.’ 모른 척 하고 비켜서서 물을 길으려는데 그가 등을 떼고 상체를 그녀에게 돌리더니 말을 걸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저기, 물 한 바가지만 좀 얻어 마십시다.” 깜짝 놀랐지만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아, 물을 좀… 너무 피곤하고 목이 말라서요…” 그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이 상황에 살짝 기분이 좋지 않았던 그녀는 몸을 돌려 어이가 없다는 듯 대꾸했습니다. “유대인 아니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마리아인에게 물을 달라고 해요? 당신네 유대인들은 우리 사마리아인들을 개보다 더 멸시하지 않던가요? 게다가 여자에게 말을 걸다니요?” “불쾌했다면 미안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시니 불쾌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나는 당신에게 하나님의 선물인 생수를 드리려는 겁니다. 당신이 달라고만 한다면 기꺼이 드릴 겁니다.”
그녀는 더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니, 무슨 물을 주시겠다는 겁니까? 당신은 물 길을 그릇도 없고 이 우물은 깊은데 말이예요.” 이제 그녀의 목소리에는 그의 황당한 말에 비난하는 뉘앙스가 확실히 묻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우물은 우리 조상 야곱이 주신 겁니다. 그런데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분이기에 하나님의 선물로 생수를 주신다는 거지요? 설마 당신이 야곱보다 더 대단한 존재라는 말인가요?”
그녀의 도전에 그는 조금도 놀라지 않은 표정이었습니다. “말하자면 그런 겁니다. 야곱이 준 이 우물에 당신은 어제도 그제도 물길러 왔었지요? 내일도 모레도 또 와야하지요? 이 물은 아무리 마셔도 그 때 뿐 금방 다시 목마릅니다. 그러나 내가 주는 물을 마시면 영원히 목마르지 않습니다. 당신 안에서 영원히 솟아나는 샘물이 될 겁니다.”
물러서지 않는 그의 태도에 그녀는 이제 대놓고 비아냥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요? 그럼 그런 물 좀 주세요. 목마르지도 않고 이 지긋지긋한 우물에 물길러 오지도 않게 말이예요. 그럼 당신같은 망상에 사로잡힌 사람은 안 만나도 되겠네요.”
그는 답답하다는 듯 잠시 고개를 숙였습니다. 주님은 거듭되는 당신의 설명에도 생수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 하는 그녀를 측은히 여기셨고 답답하셨습니다. 그녀는 주님의 물에 관한 말씀이 비유이며 그 물이 가리키는 것은 영생이란 사실을 이해하지 못 했습니다. 우리도 주님의 말씀을 얼마나 자주 또 얼마나 많이 오해하는지 모릅니다. 믿음을 더 잘 먹고 잘 살게 만들어주는 도깨비방망이인 줄 압니다. 주님의 나라는 내 모든 욕심을 채워주는 보물창고인 줄 압니다. 주님은 내가 필요할 때만 나타나시는 산타클로스 같은 분일 줄로 압니다. 구원은 자신의 의로움으로 받는 포상인 줄 압니다. 그렇기에 그녀처럼 주님의 말씀도, 의도도 종종 오해하고 헛된 것들을 구하기 일쑤입니다. 책은 내팽개치고 게임기만 더 사달라고 조르는 철부지들처럼 말입니다. 그럴 때마다 주님은 답답하셔서 고개를 숙이지는 않으실까요?
남편을 데려오라
그는 무언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습니다. “가서 당신 남편을 불러 오십시오.” 그녀는 허를 찔린 사람처럼 잠시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꽉 깨물었습니다. ‘이 남자에게 시시콜콜 내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지.’ 곧 다시 평정심을 되찾은 듯 말했습니다. “나는 남편이 없습니다.” 그것은 거짓말이지만 동시에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그는 마치 자기 사정을 설명하듯, 당연히 모두 알고 있다는 듯 말했습니다. “당신 말이 맞습니다. 당신에게 남편 다섯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남이지요. 지금은 또 다른 이와 살지만 그가 진짜 남편은 아니니 당신 말대로 남편이 없는 것이 맞군요.”
‘으윽~ 이 남자가 도대체 어떻게 그걸 아는 거지? 어디까지 아는 거지? 우리 동네에 들러 내 이야기를 듣고 온 건가? 그렇더라도 내가 다섯 명이나 되는 남자와 살았었던 것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는데, 심지어 그 이조차도 말이야.’
“다, 당신이 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 건가요? 부모님조차도 모르는 나의 과거를…” “놀라지 마십시오. 당신이 첫 남편에게 실망하고 흐느껴 울던 날 그 밤부터, 아니 남자아이들이 회당 앞자리에서 율법을 배울 동안 여자아이들은 구석에서 듣기만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씩씩대던 그 날부터, 아니 당신이 이 세상에 태어나 엄마 품에 안기기 전부터 나는 당신을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목마른지, 얼마나 지쳐있는지 또 얼마나 외롭고 힘겨운지 나만큼 아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내 말을 믿으세요. 당신의 목마름을 씻어줄 것은 이 우물의 물이 아니고 영생의 생수입니다.”
그녀는 입을 딱 벌린 채 그의 말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차오르고 그녀의 가슴은 쿵쾅쿵쾅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정말 이 사람이 하나님의 선물을 주는 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님은 우리의 갈증을 진정으로 아시는 유일한 분이십니다. 세상의 어떤 사랑하는 남편도, 아내도 이해 못 하는 갈증을 아시는 분이십니다. 영생의 생수는 우리의 갈증을 진정으로 해결해 줄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세상의 어떤 부와 성공과 즐거움도 잠시 기분을 달래줄 뿐 영원한 만족과 기쁨을 주지 못 합니다.
내가 그리스도다
어느 새 날이 섰던 그녀의 목소리는 어린 아이처럼 겸손해졌습니다. “주님, 정말이지 선지자이신 줄 몰라뵈었습니다. 그 하나님의 선물을 받으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우리 사마리아인들은 이 그리심산에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고 하지만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산에 가야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는 이제야 그녀와 말이 통한다는 듯 기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여자여, 내 말을 잘 들으십시오. 사마리아인도, 유대인도 하나님을 만날 특권을 가진 이들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만나는 이들은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하는 이들입니다. 세상 누구나가 그렇게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때가 다가 오고 있습니다. 그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이제 여자의 얼굴에는 기대와 설레임이 가득했습니다. “압니다. 메시야 곧 그리스도께서 오시면 그렇게 예배하고 하나님을 만나도록 우리를 가르치실 겁니다. 맞지요?” 이제 그의 얼굴은 추수하는 일꾼의 그것처럼 붉게 상기되었습니다. “맞습니다. 당신은 그 메시야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게 될 겁니다. 그리고 당신이 기다리는 그 메시야가 바로 나입니다.”
“오, 맙소사, 정말인가요? 내가 정말 그리스도를 만난 건가요?” “그렇습니다. 나는 당신을 만나러 일부러 이 동네에 왔습니다. 당신은 사마리아땅에서 처음으로 메시야를 만난 사람입니다.” “믿을 수가 없어요.” “아니요, 당신은 이미 믿고 있습니다. 당신은 하나님의 은총을 입은 여자입니다.” “주님, 제가 동네로 들어가 이 사실을 알려도 되겠습니까?” “당신은 그들을 싫어하지 않았던가요?” “주님, 그건 더 이상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사람들에게 이 놀라운 사실을 알릴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여자여, 그렇게 하십시오. 사실 그것을 위해 나는 당신을 만나러 온 겁니다. 당신이 떠나면 나도 물 좀 마시고 기다리겠습니다.” 그녀는 물동이도 버려둔 채 마을로 달려갔습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목이 마릅니다. 만족과 기쁨과 즐거움과 행복을 찾아서 이 우물 저 우물을 전전하고 이 남편 저 남편을 찾아다닙니다. 잠시 갈증이 해소되고 잠시 즐거움이 찾아오지만 곧 다시 목마르고 금방 즐거움은 사라집니다. 또 물길러 가야하고 또 새 남편을 찾아야 합니다. 인생은 무더운 여름날 무거운 물동이를 지고가는 우물가처럼 지치고 허무합니다. 그 갈증은 마르지 않는 물을 마셔야 합니다. 실망시키지 않는 남편을 만나야 합니다. 그 물은 영생이요, 그 남편은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리스도를 만나서 영생의 물을 마시는 이만이 참된 만족과 행복을 얻습니다. 그리스도를 만나는 사람은 하나님의 선물을 받습니다. 그는 원수에게라도 복음을 전하는 전도자가 됩니다. 그는 더 이상 목마르지 않고 방황하지 않는 천국의 백성이 됩니다. 여러분의 우물가는 어디입니까? 거기서 기다리시는 예수님을 만나시기를 축복드립니다.